[6] 북어대가리 -문제와 답 「북어 대가리」는 1993년 초연 당시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으로,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대조적 인생관을 가진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묻고 있다. 반듯반듯한 상자로 둘러싸여 있는 작품 속 창고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상징한다. 마치 하나의 부속품처럼 똑같은 작업을 매일 반복하는 자앙과 기임 은 무기력한 현대인의 모습을 대표한다. 이 공간을 떠나고 싶어 했던 기임이 결국 떠나고 혼자 남게 되는 자 앙의 모습은 남겨진 북어 대가리와 닮았다. 그것은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참담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심화 자료 | •이강백 희곡의 특징 이강백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알레고리를 이용한 우의적 기법이다. 자신이 파악한 현실의 논리를 노골 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기법에서 연유한 것인데, ‘알레고리’란 특정 대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 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을 빌려 와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이다. 사회 현실의 모순과 문제점을 직설적 으로 드러낼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예방하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추상화된 구조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 이강백의 작품들이다. 주제적 측면을 먼저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현실의 정치 논리에 초점을 맞추어 그 생리 와 작동 원리를 드러내려는 것이 하나이다. 등단작인 「다섯」을 비롯하여 「알」, 「파수꾼」, 「호모 세파라투스」, 「쥬라기의 사람들」 등이 여기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것보다 물질과 현란 함, 가시적인 것들을 비판하고 진실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다루는 경향이다. 「결혼」, 「보석과 여 인」, 「영월행 일기」, 「느낌, 극락 같은」 등의 작품이 해당된다. 두 가지 경향으로 정리되는 그의 주제 의식은 개별로 보이지만 현실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유사성을 지닌다. •인물의 이름을 ‘딸기코’, ‘외눈깔’ 등의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 이런 방식의 이름 붙이기는 인물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장치라고 볼 수 있지만, 원래 이름이 있음에도 이름 을 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통의 단절을 나타내는 장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분업화된 현대 산업 사회에 서 타인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알 필요도 없는 현실을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러한 익명성은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상실한 채 기계 부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부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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